벼랑 끝의 건설 현장, 다시 던져진 구원투수
[예크지기적정기술=예크지기적정기술] 전국 곳곳의 건설 현장이 멈춰 서 있다. 치솟은 공사비와 금리 부담, 그리고 꽉 막힌 자금줄은 주택 공급의 혈맥을 마비시켰다. 정부가 최근 부동산 PF(프로젝트 파이낸싱) 관련 한시적 금융규제 완화 조치를 연장하고 추가적인 공급 대책을 검토하고 나선 것은 이러한 위기감의 발로다. 단순히 건설사를 살리기 위한 처방을 넘어, 미래의 주택 공급 부족이 불러올 수급 불균형을 막겠다는 절박한 신호로 읽힌다.
금융위원회는 상반기 종료 예정이었던 PF 관련 금융규제 완화 조치 9건 중 6건을 올해 12월 말까지 연장하기로 결정했다. 자금 공급과 재구조화에 참여하는 금융사 임직원에 대한 면책권 부여, 신규 자금 공급 시 자산 건전성 별도 분류 허용 등이 핵심이다. 이는 금융권이 부실 책임에 대한 공포 없이 정상 사업장에 온기를 불어넣도록 유도하는 장치다.
‘자금 병목’ 해소와 옥석 가리기의 갈림길
이번 조치의 역사적 맥락을 짚어보면, 과거 저금리 시대에 우후죽순 늘어난 PF 대출이 금리 인상기라는 암초를 만나며 금융 시스템 전체의 리스크로 전이된 상황에 기인한다. 정부는 그간 ‘질서 있는 정리’를 강조해 왔으나, 시장의 냉기는 예상보다 깊었다. 이에 따라 정상 사업장까지 자금이 돌지 않는 ‘돈맥경화’ 현상이 심화되자, 규제 완화라는 카드를 다시 꺼내 든 셈이다.
현재 논의되는 추가 대책은 더욱 구체적이다. 재개발·재건축 이주비 대출 한도 상향과 PF 공적 보증 확대, 그리고 잔금 대출이 가계대출 총량 규제에 막히지 않도록 별도 관리하는 방안 등이 거론되고 있다. 특히 연립·다세대·오피스텔 등 비아파트 주택 사업을 중심으로 HUG(주택도시보증공사)의 보증을 넓혀 단기 공급 여력을 키우겠다는 복안이다.
하지만 시장의 시선은 엇갈린다. 찬성 측은 “정상적인 사업장마저 자금난으로 무너지는 도미노 현상을 막기 위해 필수적인 조치”라고 입을 모은다. 반면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한시적 조치를 반복적으로 연장하는 것이 자칫 부실 사업장의 생명을 억지로 연장하는 ‘좀비 기업 양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투자업계의 영업용순자본비율(NCR) 위험값 완화 조치가 이번 연장 대상에서 제외된 점은, 무분별한 지원보다는 선별적 관리에 무게를 두겠다는 당국의 의중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공급의 핵심은 결국 자금의 흐름이다. 물길이 막히면 들판은 마를 수밖에 없다.”
사유의 촉구: 우리는 어떤 공급을 원하는가
해외 사례를 보더라도 부동산 거품 붕괴 이후의 연착륙 과정은 고통스럽고 길었다. 일본의 잃어버린 30년이나 최근 중국의 부동산 위기는 부실의 이연이 가져오는 폐해를 여실히 보여준다. 우리 정부가 추진하는 규제 완화가 단순한 ‘시간 벌기’에 그쳐서는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정부의 이번 결정은 시장 여건을 고려한 유연한 대응이라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다. 그러나 규제 완화의 혜택이 실질적인 주택 공급 확대로 이어지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금융권의 도덕적 해이가 발생하지 않는지 철저한 감시가 병행되어야 한다. 하반기 시장 상황에 따라 정상화 여부를 재판단하겠다는 정부의 방침은 시장에 주는 마지막 경고와도 같다.
결국 중요한 것은 숫자가 아닌 신뢰다. 수요자가 원하는 곳에, 원하는 시기에 집이 지어질 것이라는 확신을 주어야 한다. 규제 완화라는 마중물이 주택 시장의 선순환을 이끄는 동력이 될지, 아니면 부실의 늪을 더 깊게 만들지는 향후 몇 달간의 정밀한 집행과 선별적 관리에 달려 있다. 시장은 이제 정부의 다음 수(手)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